"살려고 발버둥친 40년"…韓미술의 역사가 되다

입력 2023-02-21 18:30   수정 2023-02-22 08:53

대한민국 미술사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갤러리가 몇 개 있다. 한국 미술의 세계화를 이끈 국제갤러리와 선진 화랑 시스템을 국내에 확산한 갤러리현대가 그렇다. 하지만 ‘최초’ 기록으로 따지면 이들보다 더 많은 타이틀을 지닌 곳이 있다. 국제, 현대와 함께 ‘한국 3대 갤러리’로 꼽히는 가나아트다.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은 이 갤러리는 △한국 최초 전속작가 제도 도입 △국내 첫 번째 입주작가 제도(레지던시) 실시 △1호 경매회사(서울옥션) 설립 △미술 관련 기업 최초 코스닥 상장(서울옥션) 등을 일구며 한국 미술시장을 이끌어왔다.

이호재 가나아트·서울옥션 회장(68·사진)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21일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연 40주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그가 공식 기자간담회에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장의 옆자리는 장남 이정용 가나아트갤러리 대표(45)가 지켰고, 주변엔 그가 지난 40년간 일군 역사들이 전시돼 있었다.

전시는 세 곳으로 나뉘어 열리고 있다. 첫 번째 전시장은 가나아트가 창립 이후 연 720여 번의 전시를 소개하는 ‘아카이브’ 무대다. 벽면은 △글로벌 넘버원 아트페어였던 프랑스 파리 아트페어 FIAC 참가(1985) △판화 전문 제작업체 설립(1987) △경매회사 설립(1998) 등 ‘최초’의 역사로 가득하다.

이 회장은 “‘직원과 소속 작가를 먹여 살리는 게 나의 일’이라고 생각하니 남들보다 한발 빨리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전속작가 제도를 도입한 건 신생 화랑이 유망한 작가를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지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에서 개인전을 연 한국화 거장 박대성 화백이 이런 식으로 ‘가나 식구’가 됐다. 이 회장은 “1998년 외환위기 때 시장에 쏟아지는 그림이 잘 거래될 수 있도록 경매회사를 세웠고, 작가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판화숍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2,3전시장에서는 가나아트가 보유한 컬렉션 가운데 엄선한 60여 점을 내놓는다. 박수근, 이중섭, 이인성, 김환기, 안젤름 키퍼, 안토니 곰리 등 일류 미술관에 걸리는 작가들의 작품을 한데 모았다. 다음달 19일까지 열린다.

가나아트의 과거는 이처럼 빛났지만, 앞으로 걸어나갈 길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가나아트의 성공은 해외 미술시장의 선진 시스템과 경영 방식을 한발 빨리 들여온 덕분이었다. 하지만 해외 화랑이 한국에 직진출하면서 한국과 해외는 이제 하나의 시장이 되고 있다. “가나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프리즈-한국국제아트페어(KIAF)의 ‘메인 무대’ 격이었던 프리즈에 부스를 내지 못한 것도 이런 평가에 영향을 미쳤다.

가나아트는 해외시장 진출과 국내 사업 재편을 통해 떨어진 위상을 다시 한번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가나아트는 최근 전속작가들의 뷰잉룸을 로스앤젤레스에 마련했다. 또 일본 교토에 작가 레지던시를 조성하고, 동남아시아에 분점을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국내에선 서울 한남동 지점 4곳 중 2~3곳을 정리하는 대신 성수동에 새로운 갤러리를 열 계획이다.

서울옥션은 매각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 회장은 “최근 몇 년 새 국내 미술시장이 급성장했는데, 지금 서울옥션의 역량으로는 국내 시장을 키우는 데 기여하기 어렵다고 본다”며 “국내 시장의 성장을 위해서는 대자본이 서울옥션을 인수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소더비 등에 회사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해왔지만 미술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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